SK하이닉스 성과급 잔치 속 원삼면은 ‘상갓집’…주민들 “SK는 즉각 물러가라”

6일, 폐기물매립장·LNG발전소 반대 시위…삭발식, 거리행진 등 진행

 

한파경보가 내려진 6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장터거리가 붉은 띠를 두른 주민들로 가득 찼다. 트랙터 44대와 중장비 50대가 도로변에 늘어선 가운데 200여 명의 주민들은 “SK는 즉각 물러가라”고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며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것과 달리, 원삼면 주민들은 “우리의 희생 위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SK”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집회는 원삼면 지역 내 폐기물매립장과 LNG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자리였다. 원삼면지역발전협의회 주최로 열린 이번 시위에는 이장협의회, 중기연합회, 상가인연합회 등이 힘을 보탰다. 주민들은 “우리 마을을 혐오시설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 “유해 폐기물 우리 마을로”… 2020년부터 이어진 갈등

 

사태의 발단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내 폐기물매립장 조성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주민들은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폐기물이 우리 마을로 흘러들어 올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그럼에도 사업 추진이 강행되자 주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본격적인 시위가 시작됐다. 주민들은 “원삼면 주민 괴롭히는 SK는 즉각 물러가라”, “폐기물매립장과 LNG발전소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한 반대 의지를 나타냈다. 이어진 삭발식에서는 집회 참가자 6명이 머리를 깎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트랙터와 중장비를 앞세운 이동 시위도 진행됐다. 주민들은 고당리 일대를 행진한 뒤 원삼초등학교와 독성3리를 거쳐 SK에코플랜트 현장사무실로 향했다. 상여 소리와 농악대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주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 SK 현장사무실 앞 긴장 최고조…주민들 “즉각 철회하라”

 

오전 11시, 시위대가 SK에코플랜트 현장사무실 앞에 도착하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주민들은 “SK는 원삼을 떠나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혹한 속에서 진행된 집회인 만큼 주민들의 건강도 우려됐지만, 이들은 “우리 마을이 죽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집회에 참여한 주민들 중 고령자가 많은 점과 추운 날씨를 고려해 대형버스를 대절, 안전한 귀가를 도왔다. 하지만 주민들은 “진정성을 담은 대책이 아니라 보여주기식 조치일 뿐”이라며 반발했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함께 역대급 보상을 누리는 사이 지역 주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기업의 성장과 지역 사회의 희생이 맞물리는 구조 속에서, 원삼면 주민들의 목소리가 SK를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경기뉴스매거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