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위에 ‘The bucks stops here’ 라는 문구가 적인 탁상용 패가 놓여 있다. 한국어가 아닌 영어라 마뜩잖다.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는 이 말은 거짓이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방한 때 준 선물인데, 저작권자는 한국전쟁 때 미국 대통령이었던 해리 투르먼이다. 윤 대통령은 불법 계엄 자행 과정에서 보인 모습은 미국의 두 대통령까지 모독한 셈이 됐다. 그는 책임 전가에 급급했다.
홍정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해놓고 그런 적 없다고 발뺌했다. 여권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어 ‘홍 차장이 없는 사실을 만들어 야당과 무슨 음모를 꾸민 것’이라고 했다. ‘상부에 엉뚱한 정치적인 이야기를 자꾸 하는 사람’이고 ‘이재명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건의를 자주 하는 사람‘이라고 몰아세웠다.
비상계엄 선포 나흘 만에 TV 화면에 나타나 2분 동안 ’자신의 임기를 우리 당, 즉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당도 책임을 분담하자’는 구걸이었다. 대통령직을 특정 정당 당원으로 격하시켰다. 책임과는 대척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허언과 정치적 광기를 조장한 데는 언론의 책임이 지대하다. 레거시 미디어라는 전통 언론들은 대부분 윤 대통령에게 우호적 입장이었다. 특히 조선일보는 맹목적 지지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였다.
김민석 의원은 지난 8월 경호처장이던 김용현이 국방부 장관에 발탁되자, 이상민 행자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충암고 동문으로 계엄령 준비 작전 시도라고 경고했다. 이어 9월 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비공개 여야 대표회담에서 계엄음모론을 꺼냈다.
조선일보 계열의 언론사가 나섰다. 월간조선은 민주당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의원과 이재명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적극적으로 밀었던 김민석 의원 입에서 ‘계엄 준비’ 발언이 나오는 것은 선동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발동 가능성은 0%라고 단정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제기하는 계엄 임박설은 윤 대통령에게 독재자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TV조선 출신의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9월 2일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저희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다. 날조된 유언비어를 공당의 대표가 생중계로 유포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 대표와 김민석 의원 주장을 두고 “(계엄 준비가)우리나라 얘기 맞느냐. 우리(여당 지도부) 모르게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냐. 알려달라.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여당 대표에게 ‘무례한 언행’이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가짜뉴스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맏형격인 조선일보가 ‘계엄 논란’ 이틀 후 4일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계엄령 괴담‘이라고 사설로 정리했다.
계엄 징후는 이미 100일 전에 포착됐다. ’대형 사고 전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범칙. 감시견 언론이 잠든 사이 계엄 세력은 나라를 무너뜨리려 암약했다.
[ 경기뉴스매거진 ]